
잘 놀다가도 팩 토라지는 아이들의 이야기
“같이 가~!” “싫어! 같이 안 놀 거야!” 학교나 유치원처럼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라면 종종 듣게 되는 소리입니다. 무리 가운데서 누군가 휙 토라져 뛰쳐나가 버리는 상황. 이 그림책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닌가 봅니다. “가끔은 그냥, 그럴 때가 있다”라는 걸 보면 말이지요. 그래요. “꼭 그것 때문은 아닌데 사탕 하나에 마음 상할 때”가 있고, “꼭 그러고 싶은 건 아닌데 연필 한 자루도 빌려주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요. “꼭 혼자 있고 싶은 건 아닌데 같이 놀고 싶지 않을 때”도요. 어쩌면 스스로가 ‘먼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마음이 울컥해’지기도 할 거예요. 그럴 때를 이 그림책은 “내 마음에 파도가 칠 때”라 말합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내 마음에 파도가 칠 때. 이 책을 지은 최도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반추해 아이의 이야기로 그려놓았습니다. 아이는 바닷가로 달려가요. 진짜 파도가 치는 곳. 그리고 모래밭이 있는 곳. 바닷가 모래밭은 그처럼 느닷없이 일어난 감정을 표현하기에 얼마나 좋은 도화지인가요. 한정 없이 넓고, 오래 남지도 않는. 아이는 대기로 커다랗게 두 글자를 써요. 미.워. 그러자 바다도 아이와 마음이 같은지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고, 아이는 물세례를 받게 되지요. 느닷없는 물벼락은 때로 어이 없지만 통쾌한 웃음을 부르기도 하는 것. “흐흐흐흐 하하하하!” 아이는 후련하게 한바탕 웃고, 그제야 반짝거리는 조가비와 고둥, 불가사리와 산호 토막 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두 파도가 남기고 간 것들입니다. 이제 아이에겐 즐거운 회복의 시간이 찾아오겠지요?
감정 다스리기가 여전히 어려운 어른들의 이야기
이제, 이 그림책의 시작을 ‘어른 버전’으로 바꾼다면 어떨까요? 아마도 “아, 그게 아니라니까~!”, “됐거든!” 정도? 어른들도 가끔 까닭 모르게 울컥하고 치솟는 감정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외로움이거나 억울함이거나 미움이거나 그리움이거나…. 그런 감정이 어른이라 해서 쉽지만은 않겠지요. ‘마음’이라는 바다는 누구에게든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넓이와 깊이를 갖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해안선도 암초도 해류도 더 복잡해진 어른의 바다라서 오히려 파도를 잠재우기가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든 어른이든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면 해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많은 그림책이 어른에게도 마음에 위안이 되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알록달록 천진하게 예쁜 그림으로 아이마음을 표현하고 달래주는 이 그림책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가 닿기를, 모두의 마음에 치는 파도를 잔잔하게 달래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