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주면서 간직하는 방법 <노란 달이 뜰 거야>

 

어떤 이유로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결국 세상을 떠나기 마련이니 자연스러운 이별이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느닷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그 슬픔, 그 충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떠난 사람을 끝내 부여안고 살아가기란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아예 잊어버리는 것 또한 받아들일 수 없는 서러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내 주되 간직하는, 모순되지만 지혜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떠난 사람만큼이나 소중한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고, 살아갈 기운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떠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는 방법일 테니까.

이 그림책은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심스레 전하는
그 방식의 모색이며, 작지만 간절한 위로의 메시지다.
책 속의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그리움을 담아 나비를 그리는데, 어느 순간 나비는 그림 속에서 나와 날아오른다.
식구를 닮은 인형들, 소박한 책장, 가족사진, 거울과 우산……
집안 이곳저곳에 잠시 머물던 나비는 이윽고 열린 창문 틈으로 날아가고 아이는 나비를 따라간다.

가난한 산동네 골목골목, 나비가 들르는 곳은 아이와 아빠가 함께했던 기억의 장소들이다.
별꽃이 핀 담장 아래, 엄마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구멍가게 앞,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던 층계참, 서툰 낙서를 하던 담장 길……
머무는 곳마다 아이는 기억을 떠올린다. 아빠는 말했다.
“이런 곳에 별꽃이 피었네? 있잖아, 별꽃의 꽃말은 추억이래.”
“아이스크림 사 먹은 거, 엄마한텐 비밀이야.”
“아이쿠, 또 졌네. 이러다가 아빠는 못 올라가겠는 걸”
“남의 집 담에다 낙서하면 못써. 근데 참 잘 그렸다. 하하!”
…… 그 비탈길에서 아이는 수레를 끄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아빠는 말했다.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고.
아이는 할아버지의 손수레를 밀어 드린다. 어디서 왔는지 노란 나비들이 함께한다.

끝없는 언덕길, 아이가 지치면 아빠는 손을 잡아 주었다.
“우리 동네가 얼마나 높은지, 한번 끝까지 올라가 보자.”
힘들어 할 땐 아빠가 업어 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이제 내려서 걸을까”
마침내 다다른 꼭대기에서 아빠는 아이를 격려해 주었다.
“다 왔다! 우리 딸 잘 걷네!”
“근데, 아빠. 날이 어두워졌어요.”
아이가 무서워하면 아빠는 아이를 꼭 안아 주며 말했다.
“걱정 말아라. 곧 달이 뜰거란다.”

그 기억과 믿음의 힘일까. 따라온 나비들이 밤하늘 가득히 날아오르고,
하늘엔 정말로 노란 달이 뜬다. 크고 둥글고 노란 달빛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홀로 잠들었던 밤, 아이는 그사이 귀가한 엄마 품에서 잠이 깬다.
오늘도 아빠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아빠가 언제 오냐고 묻지 않는다. 방 안에 달빛이 가득하니까.

아이가 나비를 그리던 방에 걸린 달력은 2014년 4월의 나날들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의 달. 아이의 아빠는 그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아픔이 다를 수는 없다. 보내 주고 간직해야 하는 처지도 다를 수 없다.

달력이 바뀌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아이는 가난한 골목으로 훨훨 날아든 나비들과 함께 보내 드렸다.
그리고 간직했다.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으로, 건네 주었던 다정한 말들로, 남겨 준 아름다운 미덕으로……
그 모든 것은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부재의 어둠을 이겨낼 수 있도록 굳건하게 아이를 지켜 주는 마음의 자산이 되리라.
행동의 지침이 되리라. 밤하늘을 환히 비추는 달이 되고, 반짝이며 나를 지켜보는 별이 되리라.

다시 4월이다. 이해할 수 없는 참사로 304명의 귀한 목숨을 잃어버린 지 두 해 째,
그러나 그들이 왜 차가운 바다 속으로 사라져야 했는지 우리 사회는 아직 알지 못한다.
진실은 끝내 밝혀져야 하고 시비는 결국 가려져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진실과 시비만큼 간절한 것이 있다. 느닷없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 많은 이들이,
가슴에 고인 슬픔과 분노를 씻어내고 다시금 살아갈 의미와 힘을 얻는 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연대의 손길들과 함께, 이 책이 그이들에게도 아주 작은 위안이나마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