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문제

Unimportant Matter

 

문제는 동전 크기만 하게 시작되었다.

수영 강사 네모 씨에게 문제가 생겼다. 정수리에 동전만 한 원형탈모가 시작된 것. 안 빠져 본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보기 싫은지, 얼마나 기분 나쁜지. 더구나 네모 씨는 직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 불안을 안고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말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반드시 처방대로 따르세요.” “네, 선생님.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네모 씨의 투병이 시작되었다. 통풍이 중요하다니 모자를 벗었고, 땀나는 운동을 하지 말라니 자전거 출퇴근도 새벽 달리기도 등산도 그만두었다. 뜨거운 목욕 대신 미지근한 샤워를 했고, 아끼는 강아지도 멀리 했으며, 검은색 음식을 열심히 먹었다. 커피와 초콜릿은 빼고. 하루 3번 식후 30분에 약을 먹고 2시간마다 연고를 발랐으며, 틈나는 대로 두피 마사지를 했고 일주일에 2번 침을 맞으러 갔다. 시원한 맥주는 당연히 끊어야 했다. 의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해요!”

 

바윗덩이만큼이나 커져 버린 문제

하지만, 안 받으려 한다고 안 받아지는가? 점점 늘어나는,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속에서 스트레스는 오히려 쌓여만 간다. 네모 씨는 좋아하는 개그 프로를 보면서도 웃지 않게 되었다. 회원들이 웃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귀엽던 아이들도 이젠 귀찮기만 하다. 머리 모양을 바꾸어 보고 가발을 골라 보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이 머리카락은 자꾸 빠져만 간다.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도대체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이란 말인가?

이야기 이론의 대가 로버트 맥기에 의하면, 이야기란 ‘문제 상황을 만난 주인공이 깨어진 삶의 균형을 되찾으려 투쟁하는 과정의 기술’이고, “좋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위기를 겪지만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으로 변화시켜 원하는 것을 얻”으며, 거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네모 씨는 ‘탈모’라는 문제 상황에서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긍정으로 변화시켜 삶의 균형을 얻을 것이며, 우리는 그를 통해 인생의 어떤 측면을 발견할 것인가? 물론, 이 모든 것을 주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작가다.

특유의 대비가 강한 원색 그림으로 이야기를 펼쳐 가던 작가는 네모 씨의 위기가 극대화한 순간, 명암의 대비가 극대화한 장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깜깜한 거실 바닥에 환한 빛이 드리워져 있고, 반쯤 열린 문으로 그 빛을 뿜어내는 욕실의 욕조 가장자리에 네모 씨의 한쪽 팔이 걸쳐 있다. 네모 씨가 뜨거운 욕조 물에 몸을 담근 것.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냥 하고 싶었으니까. 도대체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이란 말인가!

 

문제는 이렇게 끝났다.

따뜻한 물속, 기분 좋게 흔들리는 물결을 느끼며 네모 씨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해 왔던 것들. 새벽 달리기, 자전거,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한 조각, 복슬복슬한 강아지의 감촉….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머리카락과, 아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박한 일상.

욕조에서 나온 네모 씨는 면도기를 들어 머리를 밀어 버린다. 아니, 그가 밀어 버린 것은 집착이리라. 그리하여 네모 씨는 오랜 만에 환한 웃음을 되찾는다. 되찾은 것이 어디 그것뿐이랴. 코미디를 보며 깔깔대는 즐거움, 일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

 

중요한 문제

조원희 지음 | 12000원

 


 

작가 소개 : 조원희
저자 조원희는 홍익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디자인을,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자연과 동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정들,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혼자 가야 해》, 《근육아저씨와 뚱보아줌마》, 《이빨사냥꾼》이 있습니다.
《이빨사냥꾼》으로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스페셜멘션-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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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plies to “

  1. 궁금합니다.
    조원희 작가 책 ‘중요한 문제’ 표지에 의사샘의 양쪽 팔 색깔을 다르게 하였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1. 안녕하세요? 이야기꽃지기입니다.
      우선, 작가는 그림을 통해 어떤 느낌을 표현하지요.
      그것이 독자가 느끼는 바와 일치하면 성공한 표현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이것과 저것이라는 두 개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의
      유연하지 못한 양자택일의 완고함, 거기서 느껴지는 위화감 같은 것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느끼셨을지요…
      다음으로, 작가는 그림을 통해 ‘미학적 성취’를 추구하지요.
      선과 색, 형태, 질감, 구성… 이런 조형요소들을 사용해서요.
      조원희 작가는 표지 그림을 그리면서 그러한 색 배합이
      미학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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