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까짓 거!

Such a Trifle

누구나 한두 번은 경험해 본 상황

초등학교 교실, 아마도 마지막 교시가 한창인 것 같은데,
창밖에 비 내리고 한 아이 고개 돌려 밖 을 바라봅니다. 살짝 근심스러운 표정.
앞면지에 그려진 이 첫 장면을 보는 독자들은 십중팔구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아이 이야기구나!’ 할 겁니다.
맞습니다. 첫 그림만 보고도 짐작할 만큼 이런 이야기는 드물지 않습니다.
다들 어린 시절 한두 번은 경험해 본 상황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빤한 이야기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 서둘러 책을 덮지 마세요.

우산도 없고 올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책장을 넘기니 우산 쓴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 우리의 주인 공을 데리러 오는 어른은 없습니다.
“마중 올 사람 없니? 같이 갈래?” 다른 아이 를 데리러 온 아빠가 묻습니다.
“아, 아뇨… 엄마 오실 거예요!” 아이의 대답은, 거짓말. 자존심 때문이었을까요?
하지만 비 오는데 우산 없고 올 사람도 없는 현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쩌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을 때, 같은 처지의 아이 하나 현관으로 나옵니다.
‘작년에 같은 반’ 준호. “홍준호! 너도 우산없어?”
준호는 대답 대신 가방을 머리에 쓰고 심상하게 말하지요.
“넌 안 가냐?” 그러고는 그냥 달립니다.
‘비 오는데…’ 잠깐 망설였지만, 우리의 주인공도 에라, 모르겠다! 가방을 머리에 쓰고 달리기 시작 합니다.
‘무심코 따라 하기’였는지 ‘엉겁결 오기발동’이었는지는 모릅니다만,
뭐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튼 집에 가는 게 중요하지요.

문방구까지 달리고 나서 준호가 말합니다.
“다음은 편의점까지, 경주할래? 지는 사람이 음료수 사 주기.”
돈이 없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준비, 땅!” 비 맞으며 달리기는 경주놀이가 되고
둘은 앞서 거니 뒤서거니 편의점과 분식집을 거쳐 금세 피아노학원에 이르는데,
“다음엔 어디까지 뛸 거야?” 묻는 아이의 말에 준호는
“난 다 왔어. 잘 가.” 역시 심상하게 말하고는 학원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함께 달렸으니 혼자서도 달릴 수 있다!

다시 우산 없는 혼자가 된 우리의 주인공,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다가 택한 행동은? 달려가기! “이까짓 거!”
빗속을 달리는 아이에게 지나가던 친구 엄마가 묻습니다.
“애, 우산 없니? 같이 갈래?
“괜찮아요!” 이번엔 참말. 아이는 다짐하듯 다시 한 번 중얼거립니다. ‘이까짓 거!’
이제 비쯤이야 겁나지 않습니다. 우산이 있든 없든, 엄마가 데리러 오든 안 오든.
아이의 마음이 성장한 것이겠지요? 그래서인가 봅니다.
비 쏟아지는 세상이 온통 환한 노랑으로 물든 까닭이.

마음이 자라는 데에 필요한 것은?

그러고 보면 역시 성장에 필요한 것은, 늘 빈틈없이 갖춰진 우산이나 언제든 데리러 오는 부모는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적당한 시련과 결핍, 그리고 그것을 함께 겪으며 거울이 되어주는 친구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더하여, “같이 갈래?” 하고 권하는 어른들의 적당한 관심이 있다면 아이들은 결국 용기를 내겠지요. “이까짓 것!” 하면서…

이까짓 거!

박현주 지음 | 값 13000원


작가 소개 : 박현주

하루 종일 종이 인형을 오리며 노는 목소리 작은 아이였습니다.
만들고 그리는 것이 좋아 조소,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다가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신나는 세상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용기가 필요한 나와 어느 아이를 위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나 때문에》, 《비밀이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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