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Hands tell the stories

여기 열여덟 사람의 손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쥐거나 들거나 만들거나
내밀거나 권하거나 쓰거나 짚거나, 다른 손을 맞잡은 손.
그 손들은 곱고 예쁘지 않습니다.
거칠고 주름지고 상처 나고
굳은살이 박이고 검버섯이 피어 있지요.

그렇습니다. 열여덟 농촌 어르신들의 손입니다.
흙과 풀과 삽과 낫과 쟁기와 호미,
비, 바람, 햇볕, 덥고 추운 날씨와 씨름하면서
세월의 흔적을 차곡차곡 새겨 온 손들,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고
삶의 터전을 일구고 가꾸어 온 손들.

평생 묵묵히 일해 온 그 손들이 말을 합니다.
“사람은 말이여, 뭣보다도 손이 곧 그 사람이여.
사람을 지대루 알려믄 손을 봐야 혀.
손을 보믄 그이가 어트게 살아온 사람인지,
살림이 편안헌지 곤란헌지,
마음이 좋은지 안 좋은지꺼정 다 알 수 있다니께.
얼굴은 그짓말을 혀도 손은 그짓말을 못허는 겨.”

삽자루를 불끈 쥐고
세상풍파와 맞서온 손 이야기도 있고,
입 짧은 손자를 위해 읍내까지 가서
반찬거리를 사 들고 오는 손 이야기도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자식들 입에 음식 넣어주느라 바빴지만
이제 자신을 위해 고구마 껍질을 까는 손 이야기도,
야학에서 배운 한글로 출가한 딸에게
안부 편지를 쓰는 손 이야기도,
말주변이 없어 자식에게도 살가운 말 한 마디 못 건네고
영근 앵두가지를 꺾어 슬몃 내미는 손 이야기도,
사랑스런 외손녀에게 주려고
예쁜 꽃 한 송이를 따는 손 이야기도 있지요.

그 손들은 모두
평생 무엇이든 일을 하느라 움직여 온지라
지금도 ‘움적거려야만 맘이 가라앉는’
부지런하고 정직한 농군들의 손입니다.

그 투박한 손, 그러나 따뜻하고 다정한 손들과
그 손들이 들려준 이야기가
그림책이 되어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반가이 맞잡고 귀 기울여,
세대와 세대가 만나고 지역과 지역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 삶과 삶이 만나는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경험해 보세요.

*이 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충남 부여군 송정마을에서 진행된 ‘그림책 마을’ 만들기 사업 과정에서 그린이와 글쓴이가 보고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삶과 말씀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 201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 콘텐츠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최승훈 그림, 김혜원 글 | 15000원



작가 소개

그린이 : 최승훈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일러스트레이션 학교 HILLS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농촌 어르신들의 손을 들여다 보고 잡아 보고 그림으로 그리면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어합니다.

글쓴이 : 김혜원
한국사를 전공했는데,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할머니 손 잡고 밤마실 가는 게 좋았고, 마실 방에서 듣는 이야기들이 좋았고, 고구마와 밤을 찌거나 구워서 건네는 손들이 좋았습니다. 일하느라 옹이 지고 흙냄새 나는 손들이 마냥 정겹고 따스했습니다. 부여 송정마을을 오랜 시간 드나들며 그 손들을 다시 만나, 하염없이 정을 드러내고 건네는 손들이 있어 우리가 살아간다고 느꼈습니다. 그 손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누게 되어 기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쓴 책으로《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 엄마 간병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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