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민들레

Dandelion Is Dandelion

 

봄마다 꽃 잔치 벌어집니다. 목련이며 매화, 벚꽃 피었다 지고, 개나리, 철쭉 만발합니다.
사람들이 키 큰 나무 꽃들에 취했다 깨는 사이, 낮은 곳에는 작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꽃다지며 냉이꽃, 제비꽃, 민들레……. 저마다 수줍은 듯 야무진 얼굴로, 누가 보건 말건 제 몫의 봄빛을 피워 냅니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민들레입니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는 민들레입니다.
하지만 민들레는 그래서 더 꿋꿋합니다. 민들레는 여기저기 피어납니다.
큰 도로변 비탈에도, 가로수 아래에도, 담장 밑, 낡은 기와지붕 위, 자동차 전용도로 중앙분리대 틈새에도,
흙먼지가 조금만 쌓인 곳이면 민들레는 싹 틔우고 잎 내고 노란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어느 틈에, 어딘가에서 또 초록 잎 노란 꽃을 피워 낼 씨앗을 맺어 바람에 훨훨 날려 보냅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어디서든 나는 민들레라고, 어딜 가든 노란 꽃을 피울 거라고,
언제까지나 민들레로 살아남을 거라고, 또렷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주장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민들레가 사뭇 대견합니다. 아니, 대단합니다. 어쩌면 그 작지만 야무진 생명이,
어른이든 아이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고단한 삶을 사느라 개성과 자존을 종종 놓치곤 하는 우리네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깨닫습니다. 그래, 언제든 어디서든 민들레는 민들레인 것처럼,
언제든 어디서든 나는 내가 아닌가! 잘났든 못났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나는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나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누가 뭐라지 못할 자기 자신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나를, 나의 나다움을, 저마다의 저다움을 지켜 내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민들레는 흔하고 가까우면서도 예쁩니다. 게다가 피고 지고 다시 싹 틔우는 생명의 순환을 거의 동시에 다 보여줍니다.
그래선지 어린 독자들에게 민들레의 한살이를 보여주는 생태 그림책이 적지 않습니다.
이 책도 민들레의 한살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민들레가 온몸으로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주기를 소망합니다.
자기다움의 이야기, 자기존중의 이야기, 그래서 저마다 꿋꿋하자는 이야기.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작가 정보

글쓴이 : 김장성
산과 노래와 그림과 술을 사랑하는 아저씨입니다. 그림책이 좋아서,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펴내는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어떻게 있든 무엇을 하든 민들레는 민들레인 것처럼, 누구나 참다운 제 모습을 지키고 가꾸며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그린이 : 오현경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마당 가득 나무를 심어 주셨던 할아버지 덕분에 봄마다 라일락과 목련, 철쭉꽃을 보며 자랐습니다. 봄비가 오면 마당에 라일락 꽃비가 내렸던 걸 잊지 못합니다. 수줍고 말이 없던 아이 시절엔 혼자 풀과 벌레들을 지켜보기를 좋아했고, 종이에 그것들을 그리고 오려서 가지고 놀았습니다. 지금도 꽃과 풀, 나무, 새싹 나는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전통문화나 생태계처럼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을 그림에 담아 아이들에게 보여 줄 생각입니다. 물론 집에 있는 다섯 꼬마들에게도 말이지요. HILLS에서 그림책 공부를 하고, 이 그림책을 첫 번째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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