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토끼를 만났어요

눈 오는 날, 이렇게 다정한 토끼를 만나 보세요!

누구나 눈 오는 날의 추억 한둘은 갖고 있지요.
생애 처음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라든가
부대자루 썰매를 타고 논 기억, 예쁜 첫사랑을 맺었던 기억처럼
떠올리면 입 꼬리가 올라가는 추억도 있겠지만
눈싸움을 하다가 돌 같은 눈덩이에 맞아 멍이 들었다거나
사람 많은 큰길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던 일처럼
생각하면 입안이 씁쓸해지는 기억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아련해져서
재미난 추억으로 남는 것이 눈 오는 날의 기억 아닐까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눈 오는 날, 커다랗고 다정한 토끼를 만난 기억!
바로 이 그림책 속의 아이가 간직한 기억이에요.

감기를 앓고 난 아침, 창밖에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얼마나 기다리던 눈이었을까요?
누나도 벌써 일어나 거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누나, 아빠는?”
“일하러 가셨어. 아빤 늘 바쁘시잖아.”
아이는 누나를 졸랐어요.
“그럼 누나, 우리끼리 나가서 놀자.”
하지만 누나는 고개를 저어요.
“안 돼. 너 감기 걸렸잖아.”

아이는 늘 안고 다니는 토끼 인형의 배에 이마를 대며 말해요.
“열 내렸어. 봐 봐. 토끼 배가 따뜻한 걸! 엄마가 그랬어. 토끼 배가 차가우면 열나는 거라고.”

누나는 아이의 이마를 짚어 보고 나서야 허락을 하지요.
“좋아. 하지만 옷은 단단히 입어야 해.” 꼭 엄마처럼요.
아이는 토끼 인형도 데려가고 싶었어요.
“누나, 토끼도 데려갈까?”
“토끼는 두고 가자. 누나가 같이 가니까.”

그렇게 시작한 눈 오는 날의 나들이. 밖은 온통 눈 세상, 놀이터는 온통 아이들 세상이었지요. 그런데 아직 어린 동생에게는 조금 위험한 곳이기도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눈싸움하는 형들 사이로 뛰어갔다가
“아얏!” 얼굴에 눈덩이를 맞고 말았어요. 누나는 몹시 속상했나 봐요.
“내 동생 아팠겠다. 거 봐. 기다리랬잖아.”
화난 얼굴로 형들을 쏘아보며 동생의 손을 잡아끌어요.
“우리 딴 데 가서 놀자.”

큰 길을 지나고 문방구와 붕어빵집 앞도 지나 누나가 아이를 데려간 곳은 어디였을까요?
“작년에 엄마아빠랑 같이 갔던 데. 조용하고 좋아.”
가는 길에 누나는 붕어빵도 사 주고, 어부바도 해 주었어요.

“다 왔다!”
“누나! 우리가 처음이야!”
이윽고 다다른 그곳은 둘만의 눈 세상이었어요.

둘은 그곳에서 미끄럼도 타고 눈 천사도 그리고, 커다란 눈사람도 만들었지요.
누나는 몸통, 동생은 머리.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도 둘러주고 눈과 입도 붙여 주고.

“우아, 완성이다!” 기뻐하는 동생에게 누나가 말해요.
“아직이야. 코를 붙여야 해.”
“맞다, 근데 뭘로 붙일 거야?”
“잠깐만 기다려. 누나가 구해 올게.”
누나는 숲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얼마 뒤, 아이는 솔방울을 들고 나오는 누나를 보았어요.
그런데 그 모습은 아주 커다랗고 다정한 토끼 같았어요.
그날 누나는, 아이가 늘 안고 다니는, 엄마냄새가 나는 토끼 인형처럼
포근하고 따뜻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의 토끼 인형은 어디서 난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지금 오누이의 엄마는 어디 있는 걸까요?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아이에게 중요한 건, 눈 오는 날 엄마아빠의 빈자리를 가득 채워 준
누나의 애틋한 마음이었을 테니까요.

눈 오는 날, 토끼를 만났어요

윤순정 지음 | 14500원


작가 소개 : 윤순정

인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 아동미술원장으로 일하다가 작가공동체 hills에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같이 일을 하셔서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동생에게 이 책 속의 주인공 같은 누나가 되어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습니다. “눈 오는 날이면 왜 그리 설레고 좋았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눈 오는 날은 ‘반가운 그리움’과 만나는 날입니다. 이 그림책을 만드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공감하는 작가, 위로가 되는 그림책 작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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