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가족과 그림책을 함께 읽어요.

지난겨울에 잎을 모조리 떨어뜨린 나무가 거짓말처럼 새잎을 돋아내고 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릴 듯해요. 매년 보는 풍경인데도 참 신기하지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햇살이 따뜻한, 이 싱그러운 계절엔 뭘 해도 신 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 좋은 계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면 더욱 즐겁고 의미 있겠죠?

‘가정의 달’ 5월,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재미난 영화를 보고, 설레는 여행을 떠나도 좋겠지만, 조금 특별하게 함께 그림책을 읽어보면 어때요? 직접 소리 내어 읽어도 좋고, 그냥 눈으로 그림과 글을 감상해도 좋고요. 그림책을 읽으면 눈과 귀만 즐거운 게 아니어요. 직접 말로 전하기 어려운 마음을 책을 통해 전할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꽃의 그림책들 가운데 가족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 드릴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언니, 오빠, 동생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부모님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들을 말이죠.

할머니가 멀리 계시거나 할아버지가 안 계시다면, 자주 뵙는 이웃집 할머니와 함께 읽어봐도 좋겠죠. 외동이라서 언니가 없다면 사촌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내 동생 같은 우리 집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 준다면요?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내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면 늘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어 보면 어떨까요? 꼭 함께 살아야 가족인 것도 아니고, 핏줄이 같아야만 가족인 것도 아니니까요.

5월엔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잠시 숨을 고르며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정말로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읽어요.

<아빠 얼굴>

파랑이는 학교 숙제로 아빠 얼굴을 그립니다. 눈, 머리카락, 코, 귀, 수염까지 다 그렸지만 그래도 어딘가 아빠 같지가 않아요. 그건 바로 아빠 얼굴의 ‘이것’을 빠뜨렸기 때문이죠. ‘이것’까지 그린 다음에 아빠 얼굴은 ‘진짜 아빠 얼굴’이 되었어요. ‘이것’을 그리면서 파랑이는 아빠가 화내거나 속상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빠는 크게 웃으며 파랑이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아마 파랑이가 눈을 하나만 그리거나 머리카락을 홀라당 빼먹었어도 아빠는 파랑이를 꼬옥 안아주었을 거예요. 아빠니까요. 오늘은 집에 가서 아빠 얼굴을 한번 찬찬히 들여다볼까요. 없는 숙제라도 만들어서 말이지요. 그런데, 파랑이가 빠뜨렸다가 다시 그린 ‘이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아빠 얼굴> 황K 지음

<엄마의 초상화>

엄마는 그림 그리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지만, 내가 그린 엄마의 초상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주름진 얼굴과 힘없는 머리카락,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 늘 내가 가까이서 보는 엄마랑 똑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엄마는 엄마이지만 동시에 ‘미영 씨’이기도 합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선 무엇이든 희생할 엄마지만, 미영 씨에게도 감추어둔 꿈이 있을 거예요. 늘 같은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릴 것 같은 엄마지만, 미영 씨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을 수도 있고요. 어느 날, 마침내 엄마는 여행을 결심하고, 그곳에서 마음에 쏙 드는 초상화를 그려왔습니다. 엄마의 초상화가 아닌 바로 ‘미영 씨의 초상화’를 말이죠. 그리하여 엄마의 서랍장 위에는 두 개의 초상화가 나란히 놓이게 되었습니다. 둘은 좀 다르게 생겼어요. 하지만 둘 다 나의 엄마, 미영 씨입니다. 살짝 알려드리는 비밀 한 가지, 맨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은 <두 개의 초상화>였다는 사실.

<엄마의 초상화> 유지연 지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읽어요.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얼굴은 그짓말은 해도 손은 그짓말을 못 허는 겨.” 거짓말을 못하는 충남 부여 송정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힘들게 일하며 악착같이 자식들을 키운 이야기, 만날 술만 마시는 남편 때문에 속 썩은 이야기,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 없는 몸 이야기.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손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만이 아닐 겁니다. 어떤 모양이든 그 손으로 만들어 온 인생에 자부심이 있다는 것, 아무리 힘들고 고된 와중에도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 그러니 세상은 살아 볼 만하다는 것… 책장을 여러 번 넘기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네요.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최승훈 그림, 김혜원 글

<막두>

막두 할매는 자갈치시장에서 일합니다. 맘에 안 드는 손님과 큰소리로 실랑이를 하기도 하고, 단골손님에겐 선뜻 덤을 얹어 주기도 하는 막두 할매의 모습은, 딱 우리가 생각하는 ‘자갈치 아지매’ 바로 그 모습이지요. 시끌시끌한 삶의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악착같이 살아온 막두 할매는 무서운 게 없습니다. 단 하나 겁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영도다리. 할매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피란을 와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이었습니다. 피란길에 헤어지게 되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한 어머니 말씀대로 영도교를 찾아와 부모님을 기다렸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끝내 만날 수 없었지요. 그때 육중한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다리의 모습은 혼자인 막두의 두려움을 더욱 크게 만들었지요. 그 뒤 막두는 영도다리가 바라보이는 자갈치시장에 자리를 잡고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 사이 하루에 몇 번씩 들어 올려지던 영도다리는 어느 샌가 도개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몇 십 년 만에 다시 다리가 올라가는 날입니다. ‘아직도 그게 그렇게 무서울까?’ 할매는 그 현장을 직접 보러 개통식에 갑니다. 할매가 된 막두는 여전히 다리가 무서울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험난한 우리 현대사를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각해 보세요.

<막두> 정희선 지음

형제, 자매와 함께 읽어요.

<비밀이야>

<비밀이야> 박현주 지음

집에는 누나와 동생만 있어요. 밖엔 비가 오고 있고요. 티브이를 보던 동생이 핸드폰을 가지고 놀던 누나에게 말을 걸어요. “누나,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좋겠다.” 누나는 안 된대요. “엄마가 그랬어. 똥 싸고 털 빠지고 짖는다고.” “그럼 늑대는 어때?” 강아지가 안되는데 늑대가 되겠어요? “밤마다 울잖아. 시끄럽고 무서워.” 하마는? 기린은? 그럼 공룡은? 건성이지만 하나하나 대답해주던 누나가 귀찮았는지 동생을 꽝 하고 때려요. 동생은 울음을 터뜨리고, 미안해진 누나는 동생을 달랩니다. “그럼 우리 함께 거북이를 키워보자.” 거북이는 조용하니까요. 그제야 울음을 그친 동생이 말합니다. “코끼리도 키우자. 코끼리랑 목욕하면 재밌을 거야.” 대화의 봇물이 터졌습니다. 치타는? 치타를 타고 학교 가면 지각은 절대 안 할 텐데. 양도! 양이랑 같이 자면 포근할 거야. 하지만 역시 문제는 엄마. “그런데 엄마가 허락해 줄까?” “아니. 허락 안 할 걸.” “그럼, 어떡해?” 엄마라는 벽에 부닥친 남매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힌트는 제목에 있답니다.

<눈 오는 날, 토끼를 만났어요>

<눈 오는 날, 토끼를 만났어요> 윤순정 지음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늘 바쁜 아빠는 이미 나가고 없네요. 나는 누나에게 나가서 놀자고 하지요. 누나는 그 대신 옷을 단단히 입어야 한다며 옷을 입혀 줍니다. 꼭 엄마처럼요. 놀이터엔 이미 사람들이 많네요. 급히 뛰어 들어가다 누군가 던진 눈 뭉치에 얼굴을 맞고 말았습니다. ‘아얏!’ 나보다 더 화가 난 듯한 누나는 내 손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데려갑니다. 가는 길에는 문방구도 있어요. 따뜻한 붕어빵을 파는 곳도 있고요. 드디어 도착한 곳은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 우리는 무얼 해도 재미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엔 꼭 해야 하는 것이 있죠. 그건 바로 눈사람 만들기! 눈 뭉치를 둥글게 굴려서 몸통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팔도 만들어 붙였습니다. 표지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눈으로 가득한 책이지만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누나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따뜻하고, 소복하게 쌓인 눈처럼 포근한 그림책이랍니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제목이 왜 <눈 오는 날, 토끼를 만났어요>일까요? 끝까지 찬찬이 보면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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